석면은 소리 없는 살인자(침묵의 암살자)라 불린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감기바이러스처럼 인체에 침입하여 빨리 발병하지 않고, 일단 발병하면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잠복기는 10~40년이나 된다. 물론 석면을 흡입했다고 모두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핵균처럼 잠복해 있다가 인체의 기능이 약화될 때 기습을 한다. 누가 병에 걸릴지 모른다는 것이다. 결핵 등의 바이러스는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고, 치료제를 사용하여 치유할 수 있다. 그러나 석면에 의해 발병하는 폐암, 석면폐, 악성중피종 등은 치료제도 없다. 일단 발병이 확인되면 1년 이내의 여생이 남은 중증 암환자가 된다.

그리고 일단 흡입된 석면은 어떠한 약물에 의해서도 제거 내지 감소시킬 방법도 없다. 따라서 석면에 의한 질병은 석면을 마시지 않는 것이 유일한 예방책이다.

그러면 주위를 둘러보자. 우리의 일상생활이 석면에서 안전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시고 있지는 않은지?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상당수에서 석면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석면이 검출된 건축재를 해체·철거 및 복구하려면 그 비용으로 5조 4000억 원 이상이 소요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건축 연도별로는 1980년대 이전 지어진 교육시설 석면 검출률이 100%에 달했고, 1980∼1990년대 시설은 82.5%, 1990∼2000년대 시설은 85.7%의 석면 검출률을 보였다.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여겨졌던 2000년 이후 지어진 교육시설에서도 8곳 중 5곳(62.5%)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이러한 결과는 학교 건축물의 주기적인 개보수 작업에서 밝혀진 것으로 조사되어 있다.

1990년대에 석면 사용을 금지한 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한국은 2009년에야 신규 석면 사용을 금지했다. 그런 탓에 '석면 질환 피해는 2030년께 최고조에 달해 직업성 석면 피해는 2050년까지, 환경성 피해는 마지막 생산 석면 건축제품의 수명이 다하는 2050년에서 40년 뒤인 2090년까지 계속될 것'이란 보고서가 나오기도 하였다.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산업재해로 인정받아야 할 직업성 석면 피해자들이 여러 가지 제도적 미비로 매우 낮은 수준의 환경 피해 구제만을 인정받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 캠페인을 전개할 것"이라고도 밝힌 바 있다.

근본적으로 석면이 함유된 자재를 폐기하고 비석면 자재로 대체하기에는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쉽게 의사결정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 따라서 최소의 비용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대안 제시 내지 기술개발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 공공연구기관도 외국 기술에 대하여 경쟁력을 갖춘 국산 기술을 최근 개발했다. 이 기술은, 기존에 시공된 석면을 해체 후 비석면 자재로 대체 시공함으로써 소요 비용의 3분의 2가량을 절감할 수 있는 석면 비산 방지제 또는 석면 고형화 관련 기술이다. 이제 우리 정부 및 중앙부처에서도 당면한 석면 위험 문제에 대하여 철거라는 근본적 문제 해결책 외에 국민이 석면 노출에서 안전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대안 마련과 이를 뒷받침할 신기술 개발을 독려하는 등 적극적인 연구개발 지원에 나서야 할 때라고 본다.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이 석면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10~40년 후의 삶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저당 잡혀 있게 놔둬서는 안 된다. 비단 학교만이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의 주변에는 학교와 유사한 형태의 건물 환경이 비일비재하다. 이것이 바로 정부가 석면으로부터 일반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정부 및 각 지자체의 미래지향적인 책임 있고 구체적인 대안의 모색을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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